전공의 근로시간 축소…‘수련교육 질’ 나아질까 4월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전공의 복귀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현재 80시간인 주당 근로 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련교육체계 개편 없이 근로 시간만 줄이면 역량이 부족한 전문의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축소하는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에 착수한 병원은 강원대병원, 고려대 구로·안암병원, 대구파티마병원, 해운대백병원, 인하대병원 등 6곳이다. 남은 36곳의 병원은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기간은 내년 4월까지다.전공의 연속근무 단축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이 과도한 업무와 부담에 시달려왔단 것이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16.2%는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일주일에 3일 이상’ 한다고 응답했다. 월평균 임금은 397만9000원으로 이를 주당 평균 77.7시간을 일하고 받는 대가로 환산하면 최저임금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36시간 잠을 안 자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라며 “그동안 많은 전공의가 졸면서 일해 왔을 텐데 이는 의료진에게도, 환자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인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도 “연속근무 축소는 다들 동의하는 편이다”라며 “다만 연속근무 종료 뒤 다음 근무자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정부는 전공의 수련 비용을 국가가 대주고 지원체계를 내실화하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도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노동과 희생을 강요하며 쥐어짜는 식이 아닌 피교육자로 대우받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 전문의를 양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맡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10조원의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을 국가와 보험회사가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공의 1인당 교육비로 연간 1억원가량을 지급하며, 영국은 전공의 급여의 50%를 지불하고 있다. 5월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하지만 주당 근로 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선 우려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련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양질의 수련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이 회장은 “전공의 과정을 끝내고 전문의가 돼도 혼자 내시경을 보지 못할 정도로 병원 교육 환경은 오래전부터 망가져 있었다”며 “‘전문의 중심 진료’라는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미래의 훌륭한 의사를 키워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근무 시간 축소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고 현행대로 근로 시간을 유지하자는 건 아니다. 이 회장은 “교수들이 중간 착취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현행 80시간은 막노동일 뿐이다”라며 “선배 의사들이 가르쳐 주는 것도 없으면서 붙잡아 두고 잡일만 시켜서 전공의들의 불만이 크다”라고 짚었다.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추는 게 순서라고 했다. 이 회장은 “제대로 배우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근무 시간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테고 중도 이탈도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는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교수도 정부와 전문 학회들이 나서 체계적 수련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수련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교수 따라다니면서 3~4년 보내고 전문의 시험 치러서 통과하면 전문의가 되는 식이었다”면서 “미국 내과 전공의의 경우 전공의로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드는데 이것들을 모두 충족해야 전문의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정교한 수련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전공의 교육을 전담하는 교수 인력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전공의 옆에 딱 붙어서 끊임없이 교육하는 전담하는 교수가 있다면 근로 시간이 60시간으로 줄어도 수련 역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 전담 교수 인건비 지급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정부는 수련 시간이 조정되더라도 수련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이 체계적으로 진행되도록 수련 환경을 전면 개편하고, 재정 지원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전공의 단체가 제시한 제도 개선사항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장애인 아닌 선생님으로 불려요” 요양보호사 미정씨의 하루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장미정(29)씨가 요양원 점심시간을 대비해 앞치마를 정리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발달장애인 장미정(29)씨의 하루는 아침 9시 서울 은평구 노블케어스 요양원으로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먼저 방마다 찾아가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체온을 재는 등 어르신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간식을 배분한 뒤 침대 시트와 기저귀를 교체한다. 점심시간엔 어르신들에게 앞치마를 둘러주고 식사 배식에 나선다. 이후에도 청소, 목욕 지원 등으로 오후 6시까지 분주히 움직인다. 업무 일지를 작성하고 나서야 퇴근 뒤 쉬는 시간을 갖는다. 동료들의 배려로 야간 근무는 서지 않지만, 일반적인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을 그대로 수행하며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미정씨는 “요양보호사가 되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성취감이 크다”면서 “선생님으로도 불리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동료들과 어르신들에게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들이 전문 직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 2021년부터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전문자격 취득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다. 지난 3년간 총 113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35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49명의 수료생 중 19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는 성과도 이뤘다. 이 가운데 5명은 민간 기업 취직에 성공했다. 개발원은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시범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요양보호사 활동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민간 일자리 취업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장미정(29)씨가 요양원 어르신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요양보호사 보조자로 첫발을 뗀 미정씨 역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꿈이 생겨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어르신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인 만큼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 지난해 3월 자격증을 따게 됐다”면서 “요양보호사로 취직하기 전에는 제과 공장, 사무 보조일 등 여러 일을 전전했는데, 이젠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특히 경제적 자립 기반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순히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신체적 제약 등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직업 능력을 키우면 생활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데다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장에선 만족도가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개발원이 장애인 근로자, 고용기관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장애인일자리 만족도 조사’에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는 85.6점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에 속했다.지난해 6월 효도로노인전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취업에 성공한 여세종(24)씨도 직업적 성취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나중에 혼자 살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는 급여가 적어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며 “요양보호사는 정규직이라 매년 일자리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좋고, 일하러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예뻐해 주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 보조자로 일하고 있는 이현지(41)씨는 “누군가는 장애인이 된 저를 안타깝게 볼 때도 있다”면서도 “일터에선 저를 찾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은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는 요양보호사나 요양보호사 보조자의 직업적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현장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이경혜 개발원장은 “중증장애인도 각 장애 유형에 맞는 직무를 개발해 훈련을 받는다면, 어느 곳에 가든 근로자로서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장미정(29)씨가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의사와 이야기 하고 싶다”…말기 신장암 환자의 바람 [쿠키 인터뷰] 쿠키뉴스는 세계 신장암의 날을 맞아 백진희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와 조재혁 환우를 만나 환자가 바라보는 한국 의료의 현실과 개선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매년 6월 3째주 목요일은 ‘세계 신장암의 날’이다. 신장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의미있는 정보를 알리고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의 핵심 주제는 ‘경청’이다. 우리 사회가 모든 암 환자들의 이야기를 아울러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의료 현실은 경청과는 거리가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3분 진료’ 시스템과 기나긴 진료 대기는 신장암 환자들의 마음을 졸인다. 최근엔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 대란으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소통이 단절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신장암은 보통 4기에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뼈, 뇌, 폐 등에 암이 전이돼 치료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고된 길을 걸어야 한다. 하루하루가 소중할 수밖에 없으며, 문득 자신의 치료 방향에 대해 궁금한 점도 쌓여간다. 막상 진료실에서 주치의와 마주하더라도 대화할 시간이 충분하지 없다보니 답답함을 해소할 길이 부족한 실정이다. 4기 신장암 환자인 조재혁씨는 21일 쿠키뉴스와의 만남에서 “환자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인데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진료의 질이 너무 다르다”며 “환자가 궁금한 점을 빠짐없이 물어보기에는 진료실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토로했다. 백진희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해외에선 의사와 환자가 수평적 관계에 있어 대화를 편하게 나누고 함께하는 분위기를 가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환자가 뭘 알겠나’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대란이 일어난 이후부터는 병원에서 신규 환자들을 받지 않는다”면서 “임상 진행도 어려워져 새로운 치료가 당장 필요한 환자들조차 의사를 만나보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백 대표는 “현실적으로 신장암 환자나 환자의 가족이 진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며 “환우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신장암환우회는 지난 2019년 사단법인으로 지정된 뒤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질환과 치료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과 환자가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매년 캠페인을 전개하며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왔다. 백 대표는 “환자들은 무엇보다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며 “항암치료에서 부작용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환우회가 관련 사례를 모아 공유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부작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작용은 환자마다 양상이 다른 만큼 현 의료 시스템에서 일대일로 관리할 수 없다”라며 “의료기관과 제약사 등이 환우회가 취합한 사례들을 참고해 반영하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조씨 역시 “항암제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부작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비급여 치료제의 급여화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신장암은 4기 환자부터 항암을 시행하는데, 쓸 수 있는 급여 치료제가 매우 적다”라며 “급여 제한 없이 효과 있는 약제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권을 넓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우회는 올해 하반기 ‘면역항암제 병용과 급여’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의료진의 의견을 듣고 방법을 모색한 뒤 공론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60세 넘어도 보험료 낼게요”…국민연금 15만원씩 더 받는 방법 [내 연금]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연금 납부 의무가 사라진 60세 이후에도 자진해 보험료를 내는 이들이 매년 5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5년 더 보험료를 납부하면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1일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임의계속가입제도에 대해 알아봤다.60세 이후 5년간 납부…일시금 받을 경우 신청 불가‘임의계속가입’은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60세에 도달했지만, 연금보험료를 65세까지 추가로 납부하겠다고 신청하는 제도다. 가입기간을 연장해 더 많은 연금을 받고 싶다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도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65세 안에 10년을 채우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그간 낸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전부 지급받겠다고 선택한 경우,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신청할 수 없다. 일시금으로 받는 행위에 대해 국민연금과의 법률관계를 모두 정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연금 수령액을 늘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하는 이들은 50만여명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2020년 52만6557명, 2021년 54만3120명, 2022년 50만827명, 2023년 53만4010명, 2024년 2월 말 기준 51만8038명으로 꾸준히 5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9% 전액 본인부담이지만, 7~10년만 연금 받아도 이득임의계속가입 제도를 신청한 경우 직장에 다니더라도 9%의 보험료를 모두 본인이 내야 한다. 임의계속가입은 ‘추가 납부’의 성격이라 보험료 부담 의무를 회사가 나눠 지지 않기 때문이다.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59세까진 회사가 절반을 부담해 본인이 13만5000원만 냈다면, 60세부터는 27만원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식이다.월급의 9%가 연금보험료로 빠져나가 당장은 부담이 있겠지만, 노후에 받을 수령액 측면에선 더욱 유리할 수 있다.월 소득 300만원을 받는 30년 가입자가 5년을 추가 납부한다면 내야 하는 보험료는 1620만원이다. 5년간 보험료를 더 냈다면, 매월 받는 연금 수령액은 90만2120원에서 105만1850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소득의 20년 가입자가 5년을 추가 납부할 때에도 연금 수령액이 60만2660원에서 75만2390원으로 불어난다.5년을 추가 납부하면 월 15만원씩 더 받는 꼴이다. 1년에 180만원을 더 수령하기 때문에 9년만 연금을 받아도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많아진다. 월 소득 200만원인 가입자도 비슷하다. 5년을 추가 납부하면서 내야 하는 보험료는 총 1080만원이다. 30년 가입자가 임의계속가입을 5년 더 신청했을 때 수령액은 75만1500원에서 87만6230원으로 증가한다. 매월 받는 연금 수령액이 12만5000원 늘어나기 때문에  약 7년3개월만 연금을 받아도 이익을 보는 셈이다.월 소득 4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5년 추가 납부 시 내야 할 보험료는 2160만원이다. 30년 가입자가 5년 더 보험료를 냈을 때 수령액은 105만2750원에서 122만7480원으로 약 17만5000원가량 증가한다. 향후 약 10년4개월만 연금을 받아도 낸 돈 보다 받은 돈이 더 많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똑같은 돈을 납부했을 때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하면 수령액이 많아질 수 있다”면서 “만약 60세 이후 직장을 다니지 않고 소득이 없다면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처럼 보험료를 9만원만 납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뇌전증 환자 매일 사망하는데…수술 가능한 의사는 ‘7명’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이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뇌전증 국제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대현 기자 7명.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의사 수다. 매일 한두 명의 뇌전증 환자가 사망하는 실정이지만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극소수다.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 제도를 도입해 포괄적 치료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뇌전증 국제기자회견’에서 국내 뇌전증 환자 치료를 위해 포괄적 뇌전증 치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 뇌전증 치료’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편견, 차별, 사회생활 문제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와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뇌전증은 뇌신경세포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서 반복적으로 신체 경련발작이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명으로 소아청소년 환자가 14%, 성인 환자가 86%를 차지한다. 이 중 10만명에 달하는 30% 정도는 약물을 투여해도 경련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해당한다. 뇌전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돌연사율은 일반인의 17배,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중증 난치성 뇌전증은 30배나 더 높다.홍 회장은 “뇌전증 환자의 14년 장기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다”며 “뇌전증이 발생하면 근육 경직 과정에서 근육이 융해되기도 하고, 호흡 곤란으로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등 신체 손상률이 일반인 대비 최대 100배 높다”고 설명했다.뇌전증은 여러 정신건강 문제를 수반한다. 환자의 50%가 우울증, 40%는 불안증을 겪고 30%는 자살 생각을 떠올린다. 학업, 취업, 결혼 등에서 질병으로 인한 좌절을 경험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실업, 해고, 차별을 겪기도 한다.뇌전증 환자의 삶은 척박한데 치료 환경마저 열악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선 30~60분에 달하는 충분한 진료시간이 보장된다.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의 포괄적 치료 지원도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3~5분에 불과한 짧은 진료시간과 뇌전증 전문 인력(코디네이터)의 부재로 포괄적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뇌전증 지원센터가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문적인 의료·사회복지·심리·법률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홍 회장은 “지원센터에서 뇌전증 도움전화를 통해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병원 간 상담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고, 국내 의료진조차 포괄적 뇌전증의 치료 개념과 중요성을 몰라 뇌전증 도움전화를 잘 안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 지역에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짧은 진료시간 때문에 환자에게 많은 치료 기회를 주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홍 회장은 “미국은 진료 시간이 최대 60분에 달하는 반면 국내 진료시간은 2~5분에 불과해 환자들이 의사 눈치 보기 바쁘다”면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설립해 뇌전증 지원 코디네이터를 배정하고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면 국내 어디서나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뇌전증 치료는 조기 개입을 통한 적절한 약물 사용이 중요하지만 약물로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군이 있다. 이런 환자들은 수술밖에는 답이 없는데 국내에서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단 7명이다. 7명 중 6명이 서울에 있고 지방엔 1명밖에 없다. 수술할 수 있는 병원도 7곳으로, 그중 항상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5곳에 불과하다.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하는 최고난도 수술이 가능한 국내 ‘레벨-4 수술 기관’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구로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6곳에 불과한데 미국은 무려 260곳에 달한다. 일본은 28개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을 지정해 전국 어디서나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홍 회장은 “한국에선 꿈도 못 꾸는 뇌전증 치료를 일본은 언제 어디서든 받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뇌전증 환자들이 질병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등을 벤치마킹해 한국도 뇌전증 진료 상위 병원들이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국가 차원의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백신 개발에 AI 최초 적용”…SK바이오사이언스, 디지털 혁신 박차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ADO(AI based Design space Optimization System)를 활용해 실험설계를 논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연구·개발(R&D) 영역에 인공지능(AI)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공정의 실험설계(DoE, Design of Experiment) 과정에서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IT 최적화 시스템 ‘ADO’(AI based Design space Optimization System)를 구축, R&D 인프라를 개선했다고 21일 밝혔다. 백신 개발 공정에 AI를 도입한 건 국내 최초다.ADO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디스커버리 그룹 내 AI·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담 조직인 DX랩과 약 1년 반에 걸친 연구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시스템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ADO에 대한 최종 기술검증(POC)을 마친 후 론칭해 다양한 실험설계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ADO는 연구원이 직접 분석하기 어려운 공정 설계상 다양한 변수들을 AI를 활용해 예측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실제 진행해야 하는 실험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연구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는 ADO를 단백접합 외 여러 실험과 생산 공정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R&D 뿐 아니라 생산 공정에 정착될 경우 생산 기간이 단축됨은 물론 공정 개선을 통해 백신 수율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황재선 SK바이오사이언스 디지털혁신실장은 “R&D, 생산, 사무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선진화된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며 “한발 앞선 디지털 환경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더는 못 참아”…의사 휴진에 분노한 환자 1000명 거리 나선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가 지난 1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를 향해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의료공백 사태가 넉 달을 넘어선 가운데 분노한 환자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유총)는 다음 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다른 환자단체들과 함께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주최 측이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며 적은 예상 참여 인원은 1000명이다.환자단체가 대규모로 집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회원들이 질병이 있는 환자나 그 보호자로 구성돼 있는 만큼, 1000명 규모가 참여하는 환자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단체들은 설명했다. 지난 2014년, 2020년에 있던 의사 집단행동 때에도 환자단체가 직접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적은 없다. 이들 환자단체들은 이번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정부, 국회, 의료계 모두 환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총궐기대회를 열어 직접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단체들은 그간 정부 인사, 국회의원 면담이나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를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안기종 환단연 대표는 “그동안 국무총리나 보건복지부 관료들을 만나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료계도, 정부도, 국회도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이제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동안 집회를 자제했지만, 의대 증원이 확정됐는데도 무기한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는 못 참겠다’는 공감대가 환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환자 생명을 갖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직접 단호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회 주최 측은 참가자 대부분이 환자인데다가 초여름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집회 시간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전 10시30분으로 잡았다. 무더위에 건강이 악화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 등을 대기시킬 계획이다.한편 환단연은 가장 큰 규모의 연합 환자단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서울대병원 휴진 중단…“국민 목소리 외면할 수 없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전경. 사진=곽경근 대기자 지난 17일부터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환자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교수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소속 교수를 대상으로 전면 휴진 지속 여부에 대해 투표한 결과, 투표 인원 948명 중 698명(73.6%)이 무기한 휴진 대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투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이었다. 구체적인 활동 방식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엔 75.4%가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55.4%는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65.6%의 교수들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비대위는 “무너져가는 의료·교육 현장을 하루하루 목도하고 있는 우리는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26일 열릴 의료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를 환영하며 이를 통해 이번 의료 사태를 초래한 정부 정책 결정 과정이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휴진 중단을 택한 이유는 환자 피해 때문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전면 휴진 기간에도 미룰 수 없는 중증·난치·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해왔으나, 서울대병원 특성상 현 상황이 장기화됐을 땐 진료 유지 중인 중증 환자에게도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의료 대란 속에서 환자 곁을 지켜왔고 휴진 기간에도 꼭 봐야 할 환자를 선별하고 진료해온 우리 교수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통이지만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환자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다”라고 강조했다.정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비대위는 “앞으로 닥칠 의료계와 교육계의 혼란과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며,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 전체와도 연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한미약품, 저용량 3제 복합제 고혈압 치료 새 패러다임 제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고혈압학회(ESH)에 참석한 동국의대 심장내과 이무용 교수(가운데)가 1일(현지시각) 한미약품의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 임상 연구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토대로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국제 학술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의 치료 효과와 내약성 등 임상적 이점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고혈압학회(ESH) 연례 학술대회를 통해 저용량 3제 복합제 기반의 연구 결과 1건을 소개했다고 21일 밝혔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여 8주 후 저용량 3제 복합제 투여군의 수축기 혈압은 기저치 대비 약 18.3mmHg 감소했다. 대조군인 표준 용량 단일제 투여군은 약 19.4mmHg 줄어 치료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상 사례 발생률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해당 연구는 저용량의 3가지 항고혈압 성분 병용요법이 고혈압 초기 치료 요법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차세대 치료 개념이 반영돼 관심을 모았다.연구 발표를 맡은 이무용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 교수는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은 아직 발병 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여러 병리학적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환자의 치료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신생아선별검사 급여 확대…LSD 환자 숨통 열였다 신생아 선별검사는 출생 직후 신생아의 발바닥에서 혈액을 채취해 진행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혼자 숨을 쉴 수도, 걸을 수도 없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병을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쉬움이 큽니다.”김동호 한국폼페병환우회 기획실장은 지난 1998년 리소좀 축적 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LSD) 중 하나인 폼페병을 진단 받았다. 당시 국내엔 리소좀 축적 질환을 진단하는 효소활성도 검사법이 없어 일본까지 건너가야 했다. 김 기획실장은 “근육에 힘이 없어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웠다”며 “증상이 나타나고 한참 지나서야 폼페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폼페병은 당(글리코겐) 분해에 필수적인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돼 생긴다. 과도한 양의 당이 근육세포에 쌓이면서 근육이 약해지는 진행성 신경근육질환이다. 영아기에 발병하면 심장 근육이 힘을 잃어 심부전 등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근육 손상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김 기획실장은 환우회 활동을 하면서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왔다. 그는 “환우회 등록 환자 대부분은 선별검사를 받지 못했거나 신체 이상소견이 나타난 뒤에 확진을 받았다”며 “환우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은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7~8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 병세가 악화되면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며 “장애와 함께 뒤따르는 막대한 의료비용은 가정을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절박한 호소를 전한 환자들의 삶은 올해 들어 보건복지부가 리소좀 축적 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를 급여항목에 넣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선별검사는 생후 48~72시간의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시행하는 공중 보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번에 폼페병, 뮤코다당증(1·2형), 고셔병, 파브리병 등의 효소활성도검사가 항목에 추가됐다. 이들 질환은 국내에서 허가된 치료제가 있는 만큼 조기에 진단만 받으면 획기적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김 기획실장은 “최근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치료를 잘 진행했다는 한 아이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한 검사 급여 확대는 아기의 건강과 발달을 지키는 데 큰 힘을 주고,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 정책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선별검사는 유전성 희귀질환의 유병률을 파악하고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의료 전문가들은 선별검사 급여 확대에 따라 ‘진단 방랑’을 겪는 리소좀 축적 질환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 170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증상 자각 후 진단을 받는 데 10년 이상 소요된 환자가 6.1%였으며, 이 중 16.4%는 4개 이상의 병원을 찾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적지 않은 환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정호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전신에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상 양상만으로 병을 진단하기 어렵다”며 “그간 조기 진단 미충족 수요가 있었는데, 선별검사가 고무적인 치료 환경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선별검사의 취지를 살리려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접근성이 확보됐다”면서 “새로 진단된 환자들이 바로 다음 조치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각 질환과 치료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상당수 희귀질환은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 평생 추적관찰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정부 중심의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부재해 환자가 검사를 받지 않거나 치료를 멈춰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선별검사로 발굴된 환자가 관리를 이어가도록 국가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